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저같이 30대이신 분들은 아마 골드스타를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LG의 전신인 금성입니다. (LG는 럭키와 금성이 합친거죠.)
여튼 저는 어렸을때 주위 어르신들로부터 들었던 소리가 가전은 금성이여~ 라는 것이었는데, 이때 금성의 슬로건이 바로 제가 쓴 제목의 글 이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저는 이게 몇십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납니다. 한순간 선택 잘못하면 안되겠구나 싶었었죠.
뭐 그때의 가전제품을 제가 사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사셨죠)
이때부터 물건 하나 잘 사놓으면 10년 지나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통기타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통기타도 역시 한번사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입니다.
다만, 예전에 구매하신 제품을 잘 안치고 창고에 넣어두시니 10년후 꺼내보면 수리한데가 천지이긴 하죠. 그러나 관리 잘한 기타는 넥 상태도 좋고 바디 상태도 괜찮으면서 오랫동안 잘 건조되어 합판이라도 더없이 좋은 소리를 내줍니다.
그 사운드가 상상초월. 지금의 신제품들이 내주는 소리와는 그 느낌이 다른 올드함이 숨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빛을 발하는 녀석이 있다면 바로 올드야마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60년대말 70년대 생산 제품들이 아직도 중고가로 20만원 중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운드는 들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합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정도의 놀라움. 굉장한 매력의 빈티지 기타죠.
무엇이 값어치를 만들어내나.
그러나, 한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이게 만약 야마하가 아니었다면 과연 지금도 저정도의 위대한 취급을 받을 수 있었을까. 제 생각에는 아닐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더 깊이 있는 빈티지기타의 세계에서는 역시 이름, 다시말해 브랜드가 제 값을 합니다.
여러회사의 브랜드가 있지만 어느정도 비슷한 소리를 내준다면 물론 이름 있는 제품이 나중에도 제 값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지금 구매한 기타를 열심히 치다보니 10년 정도가 지났는데 다른사람 앞에 꺼내보였더니 좀 부끄럽다. 혹은 내가 듣기에 소리는 괜찮은데 어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기타라면 빈티지 기타라기보다는 ‘낡은기타’축에 속하는 제품이 될겁니다.
물론 10년후를 놓고 기타를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으실테지만, 저희 사무실에 수리를 위해 가져오시는 오래된 기타들을 보면 대부분은 10년이 훌쩍넘은 오래된 기타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세고비아, 성음 제품은 20년이 넘어 남루해진 녀석도 있죠. 그러나 수리를 위해 한번 셋업을 싹~ 해 놓으면 그보다 더 좋은 소리가 없을만큼, 멋진 사운드를 내주는 것이 바로 올드기타입니다.
국내에도 20년~ 30년이 지나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많은 국산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브랜드로서의 관리가 되지않고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가지지 못해서 전락한 브랜드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야마하 올드기타같은 존경을 받을 수 없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올드 야마하 쳐봤는데 최근에‘영창’올드모델을 쳐보고는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마하 저리가라~ 하는것 같더군요.
굉장히 시원하면서도 저만치 밑에있는듯 육중하게 울려 퍼지는 저음의 매력이 소유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른 선생님께 배우는 레슨생의 것이라 차마 어찌할 수는 없었지만, 여튼, 그 여운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여기에 안타까운 것 하나가 바로 지속적으로 퀄리티있는 브랜드로 육성을 하였다면 충분히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경쟁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했던것이 많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구매하여 가지고 계신 국산 모델의 멋진 기타들, 절대 소홀하게 여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미 여러분의 가지고 계신 기타는 충분히 훌륭하며 좋은 소리를 내줄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국내산 제품들은 짧은 역사이지만 세계에서도 충분히 경쟁하고 있고 고퀄리티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10년 20년 써도 충분히 기타를 관리할만한 기술과 저변 인식이 높아졌으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페어샵들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처럼 쓰다가 뭔가 좀 이상하면 버리고 새로 사는일이 줄어들겠죠.
통기타는 통상 구매후 2~3달정도 반짝 열심을 내다가 시간이 없거나 여유가 사라지면 창고에 쳐박히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제대로된 사운드도 내보지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기타들이 많이 있습니다.
연주하고 닦고 셋업하자.
통기타는 지속적으로 만져주고 셋업해줘야 하는 악기입니다.
가전제품처럼 몇 년 방치해도 새것처럼 작동하는 그런 제품이 아닙니다. 잘 보관해도 습도 때문에 바디가 틀어질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 줄을 교체해줘야 좋은 소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특히 나무 악기는 오래될수록 관리를 잘 해줘야 하며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창고나 베란다, 보일러실 같은 곳은 되도록 피하시고 건조한곳이나 습한곳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관리 잘 된 기타는, 여러분에게 사운드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