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가 코드를 배울 때, 손가락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드를 잡게 된다. 마치 5살난 꼬마가 110m 허들을 넘어가야 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격. 당연히 왼손은 준비되지 않은채 고된 노동을 면전에 앞두고 있다. 그러니 인정하자. 왼손은 기타를 치기에 아직은 합당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손가락이 준비 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앞으로 잡아야할 코드는 아주 쉽고 이지해야한다.
그러면 손가락의 운동 능력에 대해서 알아보자.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손가락의 근육이나 힘줄은 기타를 잘 치는데 있어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용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게 힘을 길러야 한다. 간혹 처음 기타를 치는데 코드를 미친듯이 잘 잡는 사람들은 (예를들어 F를 기타배운 당일에 잡는다거나...) 이런 잔 근육과 힘줄이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았다...
하여튼, 손가락이 잘 움직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만 알아두자.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이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손가락의 힘을 길러주는 연습이 필요하며 손가락이 잘 움직이면 로또 당첨된것 마냥 기뻐해야 한다. 왜냐면 뒤집기 과정을 아주 쉽게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잘 움직인다는 것은 힘, 자세 유지능력, 그리고 번개같은 속도 이 세가지를 말한다. 손가락 아픈건 1-2주면 해결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로지 힘, 유지능력, 속도가 코드를 누르는데 필요한 미덕이다. 코드를 잘 누르지 못하는 초보들이 이 과정을 잘 헤쳐 나가려면 이 세가지를 잘 기를 수 있는 연습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지루하거나 재미 없으면 안 되겠지만 여기에 더불어 은근과 끈기, 악과 깡, 투철한 근성, 그리고 기타를 치겠다는 열망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필요하다.
에이드(A-D-E)부터 배우자.
이미 오래전에 통기타 코드 14라는 교본에서 적었지만, 처음 기타를 배우는 사람은 A, D, E 코드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가락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더라도 이 세 코드는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드들은 손가락을 벌린 상태로 힘을 주고 유지하는 코드들이 아닌, 손을 모아서 잡는 코드이기 때문에 세 요소중 ‘힘’만 있으면 잡을 수 있다. 근데 힘조차도 없어서 이 코드를 눌러봤는데, 앵 잘 안눌러지네라고 하면 이제부터 생각하자. ‘좋았어! 나와 기타의 끈질긴 인연이 시작되었구나!’ 라고. 그래서 왼손은 힘이 일단 필요하다.
코드를 제대로 누르면 소리가 제대로 난다. 그런데 남자들은 힘만 있는 경우가 많고 여자들은 힘도 없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이 가느다랗고 섬세해서 세게 누를 힘이 없는 경우와 손아귀 힘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경우에는 자세는 갖출 수 있지만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반대로 힘만 있는 경우에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투박해서 손가락을 필요한 곳으로 옮겨 누르는 행동 자체가 느리고 코드 누르는 자세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세게 누르기만 하기 때문에 소리가 잘 안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누르면 세게 누르지 않아도 소리가 잘 난다.)
일단 손가락 구석구석까지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안 써왔던 근육들을 이완 수축시켜주고 코드를 잡는데 뭔가 원활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줄 수 있다. 스트레칭이 됐다면 이제부터 코드를 눌러서 제대로된 운지를 해볼 차례다.
A코드
미래를 위한 코드 운지 방법이다. 검지를 빼고 새끼손가락까지 사용하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누르겠지만 나중에는 지금처럼 누르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더 많이 생긴다. 물론 둘 다 자유롭게 누를 수 있으면 좋다. 똑같은 코드라도 운지를 다르게 누를 수 있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에 오는 코드의 유형에 따라 전환을 좀 더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6번줄은 엄지로 살짝 줄을 대주어 소리가 안나게 한다. (어떻게 코드를 운지하던 틀린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것!)
D코드
이 코드는 생각보다 잘 안될 수도 있는데 이유는 손가락을 벌린채로 유지를 할 수 있는 힘이있었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첫번째로 누르고 싶은 곳을 선택한 후 D코드는 이것부터 누르자라고 연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역시 6번줄을 살짝 눌러서 소리가 잘 안나게 한다.
E코드
간격과 위치를 잘 봐야 한다. 기억을 위한 연상법을 활용하여 어디를 기억해야 가장 쉽게 저 깊은 머리속 구석의 인식에서 꺼내올 수 있는지 연구해보자.
처음 코드를 외울 때는 머리로 먼저 ‘코드의 자리’를 기억한다. 그게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기타 지판에서 누르고 있는 칸의 간격을 잘 기억해야 한다. ‘A 코드는 2번째 칸에서만 일자로 누르는구나. 맨 밑에 한 줄은 떼고 일자로 누르면 되겠네.’ 같은 기억의 연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나서 직접 손가락으로 눌러서 손가락이 기억하도록 정확하게 수백번 눌러보고 오른손 엄지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의외겠지만 기타 배우기의 상당 부분 실패 원인이 여기에 있다. 머리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유추’해서 대충 때려맞추는 행위 때문이다. 그러니 꼼수 쓰지 말고 머리로 똑바로 기억하자. 안그러면 헤깔리다 끝날것이다. (그래! 바로 당신!)
머리가 코드의 자리와 모양을 기억해야 손가락이 한 번에 제대로 누를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수백번 반복되다보면 머리에서 손가락으로 나오는 시간이 짧아지게 되고 급기야 생각하지 않고 눈으로만 코드를 봐도 손가락이 움직이는 신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가 되어야 비로소 ‘옳다쿠나! 이제야 코드라는 것을 잡는 것만 같아!’ 라는 환희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니 소홀히 여기지 말고 될 때까지 코드를 눌러보자.
오른손은 엄지로 살살 소리만 내주면 된다. 오른손 자세는 나중에 배울 것이다. 소리 내는것으로 일단 만족해야 한다. 코드를 누른 상태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오른손으로 디리링~ 기타줄을 아주아주 소프트하게 튕기게 되면 소리가 날 것이다.
만약 깔끔하고 명쾌한 사운드가 제대로 나는것 같지 않다면, 코드를 좀 더 정확하고 세게 눌러야 한다. 처음엔 아무리 세게 눌러도 소리가 잘 안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기타의 세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줄이 높아서 정말 누르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왼쪽 손가락 끝의 살이 연하고 약해서 세게 눌러도 살만 깊숙이 파일 뿐 제대로 소리를 내줄만큼 튼튼하고 깊게 눌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 더 세게 누르려 하지만 그때마다 손 끝을 파고드는 고통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고통의 시작과 끝
열받겠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인데 손가락이 별로 아프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세게 눌러도 소리가 잘 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다 다르므로 그 상세함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하루에 10분 이상, 1-2주 정도를 연습하면 대개는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생겨서 같은 힘으로 눌러도 더욱 정확하고 확고한 사운드를 내준다.
손가락이 아프다고 밴드를 붙인다거나 실리콘으로 된 밴드같은것을 해서는 안 된다. 연주는 손 끝에서 손맛을 내야하는 진정한 경지에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이용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가락을 단련시키자.
연습 방법은 간단하다. 하루에 5분 10분 정도의 코드 운지 연습이면 정말로 충분하다. 실제도 많은 시험을 해봤지만 여기에서 연습량이 늘면 굳은살이 더 빠르게 생기고 적으면 느리게 생길 뿐이다. 연습시간에 왜 5-10분이냐면 몇 시간 기타를 안 치다가 연습을 하면 손가락이 아파오는 시기가 그정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연습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1-2시간을 쳐도 별로 아프지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것. 5분 10분씩 일주일을 하는것이 하루에 한시간하고 손가락 아파서 6일 쉬는 것 보다 낫다. 뭐 근성 있고 열정이 있어서 아픈 것을 참고 코드 연습에 매진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처럼 A-D-E(에이드)를 연습하는 초기에는 코드를 누르는 개념이나 방법, 그리고 자리를 외우는 방법등을 터득하는 단계이므로 연습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코드를 누르고 연습하는게 재밌어지면서부터 연습량은 스스로 늘어난다.
실습1 : 코드를 머리로 외우기 (하루 10분씩)
순서는 이렇다. 위의 일단 코드를 잡고 오른손 엄지로 여섯개의 기타줄을 모두 튕겨본다. 조금 약하게 엄지의 살 부분으로 쳐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오른손은 현재는 돕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소리만 내주면 된다. (피크는 나중에 배우자)
1. A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기타줄 4번 치고 (머리로 자리 기억하고)
2. D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기타줄 4번 치고 (머리로 자리 기억하고)
3. E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기타줄 4번 치고 (머리로 자리 기억하고)
1, 2, 3의 반복, 도돌이표 :||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손가락 모양이 기억되고 손가락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누르는 곳의 계이름이고 뭐고 다 떠나서 위치와 자리를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건 나중에 배울 수 있다. 일단 소리를 내면서 희열을 느껴보자.)
실습2 : 코드를 전환하는 연습 (하루 5분씩)
<악보>
A-D, D-A
A-E, E-A
D-E, E-D
이것의 반복, 도돌이표 :||
1. 코드 전환하는 연습은 오른손을 연주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코드 모양을 외웠던 것에 추가하여 5분 정도만 왔다갔다 빠르게 바꾸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코드 전환하는 연습을 충분히 해야 한다.
2. 맨 윗줄을 예를 든다면, A코드를 잡은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A코드 4번, D코드 4번, D코드 4번, A코드 4번 이렇게 순서대로 연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A와 D 사이에서 박자를 놓쳐서는 안된다.
노래연습. 조개껍질묶어
A D E A
맨 윗줄이 조개 껍질묶어 그녀의 목어걸고 이다.
보면 알겠지만, 모든 코드의 진행이 똑같아서 이 곡은 가사가 없이 코드 진행만 적어두어도 노래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A4번, D4번, E4번, A네번 이렇게 연주해주면서 노래를 하면 된다.
잘 모르겠다면 이 영상을 참고하자.
모두들 이렇게 정확하고 정형화된 패턴으로 최소한의 움직임을 동반하여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운지할 수 있도록 하자! <영상은 본인>
알아둘 것
1. 소리가 잘 나지 않아도 이렇게 일주일 가량 연습을 해보자. 코드의 모양을 외우고 자세를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니 소리에 크게 신경쓰지 말고 굳은살느님이 생길때까지 버티면 그때부터 소리가 제대로 날 것이다. 대신 소리는 잘 안나도 힘있게 눌러줘야 한다.
2. 코드를 외우는 것 만큼 코드를 전환하는 중간 단계도 상당히 어렵다. 이 과정이 없이는 연주하는 의미가 없으므로 이 코드에서 저 코드로 변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뭐, 코드를 빨리 누를 줄 안다면 코드 전환은 쉽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손가락을 움직여서 변경하는 과정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3. 일단 이 과정을 통해 머리속으로 코드의 위치를 연상하고, 연상된 자리를 손가락이 누를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된다. 코드를 전환하는 과정은 수백번 더 연습해보면 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하다보면 수백번이라는 숫자는 이미 달성되어 있을 것이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성취에 집중하자.
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제가 가르쳤던 초보 레슨생들을 볼때 바레코드를 제대로 소리를 내면서 잡는 경우는 최소 3개월~6개월가량 거리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가지 팁을 드린다면 Bm를 누르실 때 검지로 5번줄까지만 누르시고 검지를 살짝 6번줄 쪽으로 올려 뮤트를 시켜주면 여섯 줄을 다 누를 때보다 훨씬 힘이 적게 들어가서 연주하는 것이 더 편해질 것 같습니다.
3년만에 쳐박혀있던 기타를 꺼냈어요..^^ 손가락도 아프고.. 연습도 안하면서 늘지 않는다며 포기했었는데 다시 열심히 해보려구요~~ 일단 기타를 꺼내게 해주신 켄지님께 감사드려요..^^ 음.. 근데.. 여전히 소리는 안나고 손가락은 아프네요..ㅋㅋㅋㅋ 어찌 이리 한결같은지..^^a
중학생때 손가락아프다고 어렵다고 포기했었는데 페이스북 보다가 제 방에 있던기타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번에 다시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는데, 글 너무 잘적어주셔서.. 이해도 빨리되고 좋은거 같습니다. 이런 강좌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타치면서 노래하는 동영상 올려야 겠네요 하핳
너무 오랫만에 기타를 잡았더니 손가락이 그야말로 비명을...ㅜㅜ 초보땐 정말 첫날에 2시간 연습하고 다음날엔 물집이 터지고 이상하게 대일밴드로 칭칭 둥여매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켄지님 말씀대로 시간을 길게 잡고, 지난주 목요일부터 한번에 10분씩 짬짬히 시간내서 잡았더니 (생초보때처럼) 많은 고통 없이도 조금씩 굳은살의 징조가 보이게 되었습니다..ㅎㅎ
